제 5 장 물과 명당

 

1. 물의 형태

 

지상에서 용과 함께 흐르던 기운은 물을 만나면 정지된다. 즉 강이나 바다가 있는 지역에서는 물의 형태에 따라 기운이 모이는 위치가 달라진다. 따라서 지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물은 크기에 따라서 바다, 강, 댐, 호수, 계곡, 밭고랑, 연못 등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그런데 명당은 바다나 강과 같이 큰 물이 있는 곳에서는 형성되지 않고 개천이나 논두렁, 밭고랑과 같은 작은 물이 있는 곳에서 형성된다. 심지어 실개천과 같은 매우 작은 물이 있는 곳에서도 명당이 형성되기 때문에, 명당은 공기 중에 수분만 있어도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다는 물의 근원이지만 생기를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닷물이 강한 음기이므로 양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모든 생기(生氣)는 양기와 음기가 서로 균형을 이룰 때 발생하며, 양이나 음 한 쪽만이 강한 경우에는 생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포구로 둘러싸인 지세는 바다의 기운을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약간의 생기는 형성되지만 완전한 혈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바다에 가까운 지역이라고 해도 낮은 산에 둘러싸여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 지역에선 오히려 생기가 모인다. 강과 집터 사이에 야트막한 산이 가로막고 있어 어느 정도 강의 기운을 막아 주는 지세라면 명당이 형성된다. 한강과 같이 큰 강 주변에 혈이 없다는 사실은 조선 왕조의 왕릉이 강가에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강물이 흐르는 형태는 지세에 의해 직선으로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굽이치며 흐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강물의 흐르는 형태에 따라 명당이 형성되는 위치가 다르다. 직선으로 흐르는 강가 좌우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기가 모일 수 없다. 이렇게 흐르는 물은 마치 화살이 급하게 지나가듯 바람도 살풍이어서 지상의 기를 흩어지게 한다. 강물이 내려다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역은 정자를 세워 자연을 바라보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은 좋으나 명당과는 다르다.

풍수에서 이상적인 물의 형태는 궁수(弓水)라고 하여, 마치 활의 둥근 모양이나 굽이쳐 돌아가는 형태로서 곡선 중심의 안쪽을 말한다. 이러한 지세에서는 물이 잔잔하고 지기가 모여 좋은 집터를 이루게 된다. 곡선 바깥쪽에는 기운이 모이지 않아 좋은 집터가 되지 못한다.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마을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서울의 지세에서 보면, 한강이 서울의 남쪽을 통과할 때는 굽이굽이 돌아 마치 활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여의도에서 강화까지는 직선으로 흐른다.

 

2. 수구(水口)와 집터

 

수구는 막힌 것, 좁은 것이 좋다. ‘수구’란 한 지역의 하부에 있는 강이나 개천 등의 물이 흘러가는 지점을 말한다. 이것은 청룡과 백호를 살아 있는 용으로 보았을 때 용의 끝과 물이 만나는 지점을 용이 물을 마시는 입으로 본 데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청룡과 백호가 명당 전면에서 서로 입을 마주 대고 상대방의 물을 먹어 생기를 찾는다는 뜻에서 연유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한 지역의 물은 모두 수구를 향해 빠져 나가므로, 모두 낮은 지역에 있다.

수구로 나가는 것은 비단 물뿐만 아니라, 바람도 빠져 나간다. 명당에서는 수구를 통해 물이 빠져 나가더라도 바람은 빠져 나가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물이 흘러 나가는 하류, 즉 수구가 산으로 가로막혀 있는 지세에서는 물이 산을 감싸고 돌아 나가는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비록 물은 산을 돌아 빠져 나가지만 바람은 직접 빠져 나가지 않게 된다. 이러한 형태가 곧 막힌 수구이다.

수구의 기능은 마치 물탱크의 배수 밸브와 같다. 배수 밸브가 열린 곳에는 물이 고이지 못하며 배수 밸브가 닫혀 있는 곳만 물이 고이게 된다. 또 수구의 기능은 인체의 항문과도 같다. 항문은 평상시에 닫혀 있어서 체내 기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생명력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면 항문이 열려 모든 기운이 빠져 나가게 된다. 이와 같이 지세에 있어서 수구는 생기의 발생과 그 유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수구에 산이 없어 넓은 강물이 일직선상으로 흘러 나가게 된다면, 동시에 바람도 빠른 속도로 흘러 나가게 된다. 이러한 수구를 막힌 수구의 반대 개념으로 열린 수구라고 하기도 하고, 좁은 수구에 반해 넓은 수구라고 하기도 한다. 수구가 막힌 지세에서는 생기가 많이 쌓이기 때문에 큰 부자나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 그러나 열린 수구에서는 생기가 전혀 모이지 않기 때문에 건강과 재물, 명예를 잃게 된다.

수구를 이루는 용은 청룡이나 백호에 관계 없이 반드시 역수(逆水)를 해야만 한다. 수구를 이루는 용이 역수를 하면 그 수구는 좁은 수구가 되고, 역수를 하지 않는다면 넓은 수구인 동시에 산수동거(山水同去`:`산과 물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물)가 되기 때문이다. 산수동거 지세에서는 명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의 기운과 산의 기운이 평행선을 이루어 두 기운이 서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수구를 이루는 용의 역수하는 힘이 크면 클수록 수구에서 기를 모아 주는 힘도 커지며, 이에 따라 혈에 발생하는 생기도 더욱 많아지게 된다. 청룡의 끝부분에 수구가 이루어질 경우 청룡이 역수를 하면 수구가 좁아지고, 동시에 혈에 생기가 발생한다. 백호 끝부분에서 수구가 이루어지게 되면 백호가 역수를 해야 한다. 수구 중에서 청룡의 끝과 백호의 끝부분이 서로 한 지점에서 합치거나 겹쳐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수구는 음과 양으로 구분하여 청룡에서 만들어진 수구를 양수구, 백호에서 만들어진 수구를 음수구라고 한다.

한국의 지세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아서 대부분의 강물은 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서울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청계천은 서울의 서쪽에 있는 인왕산에서부터 시작된 물이 북쪽에 있는 삼청공원의 물과 합류하여 동쪽으로 흘러, 동대문을 지나 한양대학교 앞에서 한강에 합류된 후에야 비로소 서쪽으로 흐른다. 이처럼 청계천이 동쪽의 낙산을 지나 동쪽으로 흐르는 과정이 바로 역수이다.

서울의 중심인 경복궁을 기준으로 본다면, 낙산은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맥을 연결하고 청계천은 우측에서 시작하여 좌측으로 흐름으로써 산과 물의 방향이 반대가 된다. 서울의 지세가 세계적인 명당이 되는 것은 바로 청계천의 역수에 있다.

서울이 명당이라는 사실은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수도로 결정한 후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대도시로 발전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서울 청계천 7가에는 조선조에 세운 수구문(水口門)이 있다. 이 수구문은 남산의 끝부분인 신당동과 서울의 중심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청계천이 만나는 자리인데, 풍수지리적 차원에서 수구문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조선조 중엽에는 서울에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게 되자, 시신을 수구문 밖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아 시구문(屍口門)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수구문은 청계천이 서울의 청룡인 낙산의 끝부분을 빠져 나가는 지점과도 일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구문 주변에 안산과 청룡이 동시에 좁은 수구를 이룸으로써 서울을 명당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지세는 북쪽에 서울의 남산이 있고, 남쪽으로 한강이 자리잡고 있다.

한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데, 한강 물이 흘러 내려가는 한남동 서쪽에는 남산에서부터 서빙고동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백호를 이루며 한남동을 바라보고 있다. 한남동은 백호가 역수하여 수구를 이루어 만들어진 명당이다. 이 한남동에 있는 단국대학교 자리와 단국대학교 설립자의 묘소는 한남동의 양택과 음택의 대표적인 명당이다.

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이른바 카페 골목은 한강가의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상권이 많이 발달된 곳이다. 이곳의 지세를 분석하면 한강이 북쪽에 위치하여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흐른다. 방배동 전면에서 볼 때, 한강이 흘러 내려가는 서쪽 끝에는 국립묘지 산이 한강이 흘러 오는 동쪽 앞으로 향하고 있다. 이 국립묘지 산은 방배동에 생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한강이 흐르는 방향에서 역수하여 수구를 좁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즉 방배동은 국립묘지 산이 청룡으로 수구를 막아 줌으로써 명당이 된다. 방배동과 유사한 외국의 도시로는 캐나다 서남부에 위치한 밴쿠버가 있다.

합수(合水) 지역에서도 명당이 형성되기 쉽다. 두 개 이상의 강이나 개천 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세인 합수는, 물이 합쳐지면서 기운이 합쳐짐으로써 기운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득수(得水)란 물을 얻는다는 뜻으로, 지세에서 처음 물이 보이기 시작한 위치를 말한다. 또 물이 마지막으로 보이는 지점은 파구(波口)라고 한다. 혈은 용과 물의 두 가지 기운이 결합됨으로써 이루어지는 만큼 지세도 반드시 물이 있어야 명당을 이루게 된다. 골짜기는 비록 물이 없다 하더라도 물로 해석한다.

내룡(來龍)의 좌선(左旋), 또는 우선(右旋)에 따라서 득수 지점이 좌측이냐 우측이냐를 결정한다. 내룡이 우선일 경우에는 청룡 쪽에 득수가 있어야 명당을 이루고, 내룡이 좌선을 이룰 경우에는 백호 쪽에 득수가 있어야 명당이 이루어진다. 용이 좌선이나 우선, 좌우 변화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득수가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용이 직선적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물이 좌측과 우측 양쪽으로 분산되어 흐르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양파(兩波)라고 한다. 이러한 양파가 있는 지세에서는 가족이나 재물이 흩어지게 된다.

주택 마당에 연못이나 분수, 수영장 등의 시설을 하는 집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은 풍수로 보아 그리 좋은 집이 못 된다. 마당에 있는 많은 물은 수분을 많이 만들고, 이 수분은 공기 중에 포함되어 집 안까지 전달된다. 수분은 음기(陰氣)로서 공기 중의 양기(陽氣)를 흡수하는 작용을 하므로, 집 안에 늘 양기가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양기가 부족한 집에서 살면 남자들이 기운을 잃게 되고, 중풍과 같은 질병을 앓게 된다. 특히 우리 나라같이 담장을 높게 둘러싼 주택에서는 연못에서 발생된 수분이 외부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집 안 전체를 습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해롭다.

 

3. 수맥과 집터

 

지표면 하부에는 위치에 따라 여러 종류의 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건수(乾水)와 수맥(水脈)으로 구분된다. 건수는 비 등으로 지상에 모인 물이 지하에 스며들어 흐르는 물을 말하며, 수맥은 지하에 지속적으로 흐르는 물이다. 이 수맥의 위치나 크기 등은 일정하지 않고 깊이도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수맥에는 강한 압력으로 물이 흐르며, 강한 전파가 발생된다.

수맥은 눈으로는 잘 볼 수 없다. 그래서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지을 때 수맥의 위치와 무관하게 집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수맥의 위치를 안다고 해도 도시에서는 협소한 지역에 많은 주택을 세우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 이를 무시하곤 한다.

그러나 수맥은 사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하에 흐르고 있는 수맥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금이 가게 하는 등 구조적 결함을 초래하며, 수맥 상부의 방에서 잠을 자는 사람에겐 수맥의 기운에 의해 중풍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앓게 한다. 수맥에 의해 발생된 질병은 현대 의학으로도 규명이 어려워, 오직 잠자리를 바꿔야만 치료가 가능하다.

고층 아파트인 경우에도 수맥의 영향은 마찬가지여서, 1층이나 10층의 동일한 장소에서 맥이 흐르게 된다. 수맥에 의해 사람이 건강을 잃거나 콘크리트 구조물이 금이 가는 등의 현상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물의 성질상 수맥이 관통하는 물길의 수직선상에 있는 수분을 끌어당기거나, 수맥에서 발생되는 그 이외의 기운에 의한 것으로만 추측할 따름이다.

수맥에 의해 발생되는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수맥을 찾아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고, 만일 부득이하다면 수맥 상부에 동판을 깔아 수맥의 기운을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건물 기초 공사를 할 때 수맥의 상부 또는 건물 전체 바닥에 동판을 깔아 두면 수맥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수맥을 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버드나무 가지 중 끝부분이 Y자 형태로 벌려진 것을 꺾어, 잘려진 부분을 앞쪽으로 해서 양 손으로 수평선이 되게 쥔 후에 걸으면, 수맥이 흐르는 부분에 이르러 버드나무 끝부분이 갑자기 땅 쪽으로 휘어져 내려가는 증상을 보인다. 버드나무는 물을 많이 흡수하는 식물인데, 잘려진 부분에서는 물이 있는 곳으로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